보잉과 에어버스 등 세계적 항공기 제작사들이 글로벌 소싱(부품 해외조달) 비중을 대폭 높인 가운데 한국의 항공부품사들이 보잉 등 초대형 기업의 ‘글로벌 소싱 파트너’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한·미 정부가 항공안전협정(BASA)을 맺으면서 국내 항공부품사들이 미국 기업의 ‘하도급 생산’에서 벗어나 독자적 브랜드 수출길이 열리자 보잉사 등의 신사업 프로젝트에도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남 창원, 사천공단 등에 밀집한 20여 국내 항공부품사들은 차세대 비행기 ‘보잉 787’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등 올들어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5일 항공부품업계 및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미국 항공산업 침체와 아시아 항공시장의 성장으로 한국 기업들의 민용기 부품 수출 실적이 지난 2005년 2억3900만달러에서 2억9700만달러(2006년)로, 지난해에는 3억6000만달러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600억달러 매출의 보잉사가 '글로벌 소싱' 전략을 더욱 강화해 아웃소싱 비중을 최고 70%까지 늘리면서 한국기업과의 잇단 제휴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보잉과 에어버스 등의 본사 구매부서 직원들은 수시로 창원, 사천공단을 방문해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소싱 파트너 물색에 나서고 있다. 특히 보잉의 경우는 보잉 787 기종에 납품할 부품업체 선정을 위해 올들어 세차례 이상 한국을 찾는 등 제휴기업 발굴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 부품사인 (주)현항공산업을 비롯해 샘코, 코텍, 데크 등은 차세대 항공기 ‘보잉787’의 동체와 날개 부분 주요 부품공급 업체로 선정되는 등 ‘보잉 파트너’로 결정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항공기 제작 시장은 15억달러로 세계 15위권에 진입한 가운데 향후 보잉, 에어버스 등의 글로벌 소싱이 더욱 확대될 경우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항공기 부품사인 (주)현항공산업은 최근 차세대 항공기 보잉787의 동체 부분에 들어가는 항공기 부품 수주를 하면서 보잉의 차세대 항공기 부품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올 하반기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보잉787 기종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 회사는 생산라인 풀가동에 들어갔다.
현항공산업의 허영 부장은 “차세대 기종인 보잉787 덕분에 회사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잉사에 대한 차세대 기종의 부품 납품을 계기로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60%나 늘어난 16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열처리 도금 업체인 (주)코텍도 최근 세계적인 항공관련 인증인 NADCAP 획득을 계기로 보잉과 에어버스사 항공기용 도금 사업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 완공을 목표로 경남 사천에 항공 전문화 공장을 건립 중에 있다. 코텍은 항공기 1차 부품 도금 사업을 통해 연매출 100억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샘코도 최근 대신항공과 공동으로 미국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기용 도어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오는 4월에 초도 물량을 선적한다.
한국항공대 김두만 교수는 “세계 항공기 제조 거점이 아시아로 이동 중이며 특히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며 “중국의 경우 품질 경쟁력이 한국에 밀리기 때문에 보잉, 에어버스 등 해외 항공사들은 앞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글로벌 소싱 비중을 더욱 늘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2008년 3월 6일
2008년 3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