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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처리 약품업계의 신생벤처기업 다인테크의 정재화 사장(50)은 요즘 표정관리하기에 바쁘다. 2003년 12월 다인테크는 꿈에도 그리던 자동차부품용 표면처리약품 3+ 크로메이트제 ‘DC-560’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이 여세를 몰아서 올 6월 국내 굴지의 자동차메이커 GM대우의 공인인증서를 획득하고, 같은 달에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메이커 델파이(Delphi)의 공인인증마저 따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 델파이는 미국 GM 자동차의 부품을 전량 만드는 부품 메이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하나의 자동차 메이커에 수십 개의 부품 업체들이 연결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하나의 자동차 메이커에 하나의 부품업체가 결합하는 것이 통례. 델파이의 연간 매출액은 32조원으로 국내 자동차업체 전체 매출액(28조원)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을 정도로 규모가 큰 자동차 부품업체이다.
다인테크의 겹경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8월에 국내 최대의 자동차메이커 현대·기아차에 대한 공인 인증을 거의 받아놓았기 때문이다. 델파이, GM대우의 인증을 따냈지만 정 사장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그래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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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은 육체적으로도 최근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약품 DC-560을 홍보하기 위해서 인천, 안산 등지에 몰려 있는 자동차부품 표면처리업체들을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헤드볼트, 너트 등과 같은 자동차 부품들은 녹을 방지하기 위해 아연으로 도금을 한다. 하지만 아연도금만으로는 변색이 되고 지문이 묻기가 쉽다. 특히, 습기가 있는 공기 중에서는 백색반점이 생겨서 제품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크로메이트 후처리를 하게 되면 녹방지력이 몇 배로 증가하며 광택이 있는 미려한 도금 층을 얻을 수 있어서 아연도금공장의 대부분이 크로메이트 처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EU에서 ELV법 발효, 3+로 바꿔라
크로메이트처리는 아연도금의 내식성 강화를 위해서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공기 및 습기에 대해서 매우 안정하고 단단한 중금속인 크롬화합물은 통상 자연계에 2+, 3+, 6+로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 3+가 가장 안정적이다. 크롬화합물의 주원료인 크롬철광도 3+이다.
크로메이트처리제에는 다량의 크롬이 함유되어 있는데 금속크롬 자체는 인체나 동물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지만 이 크롬이 화합물이 될 경우에는 그 양상이 180도 바뀐다. 크롬화합물은 산화수에 따라 3+와 6+로 나뉘는데 현재 자동차부품도금을 위해 쓰이는 크로메이트제에는 그 성능이 뛰어난 6+가 많이 쓰인다.
문제는 이 6+크롬화합물이 매우 유독하다는 데 있다. 국립공업시험원이 토끼를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서(87년)에는 6+크롬은 3+보다 170배나 유해하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6+크롬화합물이 부식방지에 매우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아연도금의 후처리에 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0년 우리나라 자동차의 수출주력시장인 EU에서 6+크롬이 함유된 자동차의 수입을 전면금지하는 ELV법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부품에 거의 쓰이고 있는 6+크로메이트제의 사용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ELV법은 6+크로메이트로 후처리한 자동차나 부품을 수입하게 되면 완성차 조립시에는 6+ 크로메이트한 볼트를 조립할 때 마찰에 의한 6+크롬의 비산먼지가 날리고 폐차시에도 지하수로 유독한 6+크롬화합물의 폐수가 흘러들기 때문에 수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EU의 수입금지로 국내 수출효자상품인 자동차의 수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EU는 2000년에 이 사실을 공표했고 그 시한을 2006년까지 연장했다. 따라서 6+크롬이 들어있는 자동차, 휴대폰을 만드는 글로벌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하지만 6+에 비해서 3+는 유독성이 매우 약해 글로벌 자동차기업과 관련 약품업체들은 3+크로메이트제를 대체약품으로 선정, 현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는 신생벤처기업인 다인테크도 끼여 있었다.
치열한 3+시장 기술력으로 승부할 터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다인테크는 드디어 지난 2003년 12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3+크로메이트제의 개발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0년에 다인테크가 설립된 지 불과 4년 만에 이룬 결과이다.
정 사장은 “3가 크로메이트제의 개발은 지금 전 세계적인 문제다”면서 “우리 다인테크가 만들어진 배경도 6+를 3+로 전환할 수 있는 크로메이트제의 개발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꾸준히 기술개발에 신경을 써온 다인테크는 차세대 표면처리액인 3가크로메이트제를 개발한 이후 지난 4월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에 양산시설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 부식방지용 금속표면처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정 사장은 “EU가 6+크롬화합물이 함유된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이어서 향후 3+약품의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지금은 아직 절반의 성공이다”고 겸손함을 나타냈다.
다인테크가 이 약품을 이렇게 빨리 개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서울대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한 이윤기 전무의 노력이 컸다. 이윤기 전무는 이 3+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무려 5백여 가지의 화학약품을 갖고 철소재의 제품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일일이 실험하는 집념을 보였다.
특히, 연세대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후에 LG화학에서 공장설계를 담당했던 정재화 사장이 공장을 짓고 DC560 개발에 이 전무가 전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시너지 효과가 났다. 즉, 다인테크는 이 3+ 약품을 개발하는 데 외부의 기술자문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았고 공장을 짓는 데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배경 하에 다인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독일 등 3개국 5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지난 2000년 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3년 만에 3가크로메이트액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 약품의 개발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3+약품은 아직 6+와 비교해서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기존의 6+크로메이트는 금속과 결합해서 산소를 발생시키는데 이 때 유색, 백색, 국방색 등 다양한 색상을 내게 된다”고 말하고 “반면에 3+는 산소 대신에 수소가 발생해서 산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색상이 6+만큼 나오기 어려운데 특히 흑색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정 사장은 “그러나 3+는 물 분자를 갖고 있어서 내열성이 뛰어나므로 3+크로메이트층에 흑색도장을 한 다음 고열로 구우면 된다”고 말하고 “현재 아연도금업계애서 도장을 겸하는 업체가 거의 없으므로 도장을 적극 권하고 있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은 “내년에는 3+ 약품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이다”면서 “기술력이 중요한 이 시장에서 조금 비싸더라도 확실한 제품으로 승부하고 기술력을 통해 약품소모량을 줄여서 비용을 환수할 수 있는 쪽으로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조행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