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친환경 태풍'

| 날자 : 2008.07.30 | 수정 2008.07.30.수

친환경 공법에 부품 업계의 허리가 휜다. 국내 부품 업계는 이달 초 발효된 유럽연합(EU)의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에 대비하면서 꾸준히 친환경 제품 개발과 생산에 노력해 왔지만 막상 친환경 제품 생산에 추가되는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안산에 위치한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A사는 최근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안정적인 실적을 자랑해 왔는데 최근 수익률이 20% 정도 떨어지면서 연초 세운 경영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환율 하락과 고유가의 이중고를 겨우 넘겼지만 환경공법을 무기로 한 무역장벽 앞에 맥이 풀렸다.

친환경 제품은 납이나 브로민·카드뮴 등 유해물질 대신 새로운 소재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다. 대표적인 전자부품인 PCB는 접합재로 납이, 불연재로는 브로민이 사용돼 왔다. 납과 브로민이 모두 유해 물질이기 때문에 친환경 PCB를 만들려면 각각 주석 합금과 인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가격이 2배가량 높다.

소재뿐 아니라 납을 안 쓰면서 PCB 제조 공정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제조원가 상승은 당연하다. 하나의 전자제품에 수백개에서 수천개가 사용되는 커넥터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커넥터를 만들려면 납 대신 금과 같은 고가의 금속을 써야 한다. 소재가 바뀌면서 도금 약품 값도 함께 올라가 10% 안팎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패키징이나 표면실장 업체의 사정도 좋지 않다. 솔더링이라는 접착 과정에 납을 없애고 무연 솔더 제품을 써야 하는데 ㎏당 6만원을 호가한다. 일반 솔더에 비해 2배가 넘는다.

문제는 이렇게 올라간 비용을 부품 업체가 모두 짊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도 납품 가격은 기존 제품과 같거나 오히려 깎였다. 반도체 패키징업체인 A사 K사장은 “원자재가 상승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며 “이에 반해 세트업체의 요구와 대가는 너무 비현실적이지만 을의 관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을 우려한 세트 업체들은 부품 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품 업계에서는 친환경 제품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비용 때문에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PCB 업체 A사의 사장은 “세트 업체가 친환경 제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해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납품 가격을 통보하는 게 현실”이라며 “어차피 판로가 뻔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커넥터 업체 B사 사장 역시 “세트 업체는 친환경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그늘에는 부품 업체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친환경 제품은 당연히 가야 할 길이지만 최소한의 고통 분담을 위해 올라간 비용을 세트 업체가 감안해 주는 게 진정한 상생”이라고 꼬집었다.

전자신문 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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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30 21: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