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업체서 약품매입 업체까지 지정
말 안 듣는다 무조건 불량판정
인맥 이용해 발주업체에 영업한 결과
도금업체와 기자재업체의 거래에 발주업체의 부당한 개입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도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발주업체에서 지정한 약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지정업체에서 매입하지 않을 경우 발주업체라는 우위의 거래관계를 이용해 물리적인 압력을 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인천 서구의 아연도금전문업체인 ᄃ사는 발주업체 중역이 지정해 준 유통업체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납품한 부품 전부가 불량판정 받았으며, 안산의 전자부품 도금업체 ᄒ사는 지정해 준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거리가 절반정도로 감소하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다.
아연도금전문업체인 ᄃ사는 10여년 전부터 도금약품 도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B사에서 월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정도를 구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발주업체 중역이 고향의 후배가 운영하는 A도금약품업체를 소개하며 A사에서 구매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수차례에 걸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ᄃ사는 그동안 거래를 해오던 B사가 납기에 문제가 없었고 액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 주었으며, 경영이 어려울 때 도와 주었기에 약품 매입처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러자 발주업체는 평상시에는 이상이 없던 품질에 대해 불량판정과 함께 김모사장이 직접 불량방지 대책서를 가지고 들어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은 ᄃ사는 어쩔 수 없이 발주업체의 요구를 들어 주어야 했는데 발주업체 중역이 지정한 약품업체는 기존 거래처보다 매입단가가 조금 비쌌으며 발주서를 보내도 약품공급이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액에 문제가 있어도 적극적인 대응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웠던 ᄃ사는 매입처를 기존 거래업체로 바꾸었고 그럴 때면 불량판정이 내려져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어야 했다.
또 안산의 전자부품 도금업체인 ᄉ사는 이보다 더한 경험을 했는데 약품 매입처와 약품의 품명까지 지정해 주더라는 것.
발주업체의 요구를 거절하자 도금업체의 이원화로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발주업체와 학연, 지연 등의 인맥으로 뭉쳐 있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불이익 때문에 가격이나 품질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요구가 아니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 살자고 힘들 때 도와 주었던 업체와 관계를 끊기는 정말 힘들었어요. 다행히 내 입장을 이해해 매입처를 바꾸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아무리 발주업체지만 약품 매입처까지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횡포.”라고 인천의 아연도금업체 김모사장은 전하고 있다.
또 안산의 도금업체 이모사장은 “약품과 매입 업체를 선정해 주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협조를 구해야 할 부분이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일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경우”라고 밝히고 있다.
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발주업체보다 약품업체 내부의 문제.”라 지적하고 “인맥을 동원해 동종업계 종사자의 거래처를 빼앗아가는 것은 상도의를 흔드는 것이고 도금업체와 약품업체 모두가 똑같은 피해자가 된다.”며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